나의글
울 공주 시집가던날
윤정이아빠
2021. 5. 1. 11:54
가뭄으로 말라 터진논바닥 같은
가슴이라면너는 알겠니
비바람 몰아치는 텅빈 벌판에
홀로 선 솔나무 같은 마음이구나
그래 그래 그래 너무 예쁘다
새하얀 드레스에 내 딸 모습이
잘 살아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
애비 소원은 그것뿐이다
아장 아장 걸음마가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자라 내곁을 떠난다니
강처럼 흘러버린 그 세월들이
이 애비 가슴속엔 남아 있구나
그래 그래 그래 울지마라
고운 드레스에 얼룩이 질라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한다
애비 부탁은 그것뿐이다

내가 난생처음 여자가되던날

아버지는 나에게 꽃을 안겨주시고

어머니는같은 여자가되었다고 너무나 좋아하셔

그때 나는 사랑을 조금은 알게되고

어느날 남자 친구에게 전화왔네

어머니는 빨리 받으라고 하시고

아버지는 이유없이 화를내시며 밖으로나가셨어

그땐나는 아버지가 정말 미웠어...

내일이면 나는 시집을간다네

어머니는 왠지 나를바라보셔

아버지는 경사 났다면서 너무나 좋아하셔

그땐 나는 철이없이 웃고만 서있었네

웨딩마치가 울리고 식장에 들어설때

내손꼭쥔 아버지 가늘게 떨고있어

난생처음보았네 세상에서 가장슬픈 아버지모습

나도같이 주저앉아 울고싶었어 ...

내일이면 나는 쉬흔이라네

딸아이가 벌써 시집을 간다나

우리엄마 살아계셨더라면 얼마나 기뻐할까

그때나는 눈시울이 뜨거워 지는데

그옛날 엄마마음을 조금은 알것같아

자꾸 바라보는 나의 딸아이 모습

그래 사랑이란 바로 이런거란걸

왜 진작 몰랐을까 ...

그래 사랑이란 바로 이런거란걸

그래 사랑이란 바로 이런거야

그래 행복이란 바로 이런거란걸...
2020년 12월 12일(울공주 결혼식)윤정이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