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受天 김용오
하루해가 저문다, 오늘도 내일에 있어 떠야 할 한 뜸을 뜨지를
못하고 하루를 또 보낸 것 같다. 어제도 그렇더니만 오늘도 똑같은
자리에서 노을만 한 짐 가득지고 터벅이는 걸음으로 현관에 초인종을
누른다. 아빠야 하는 바리톤의 묵직한 소리가 들려온다. 기가 찰
일이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내놈이라지만 여성스럽기 그지없는
카운터 테너의 목소리였는데 몇 밤을 자고나니 시루에 콩나물이듯
훌쩍 커버린 놈을 보니 젖 냄새가 달아나는 것 같아 순간 아쉬움이
들기도 들었지만 다른 아버지들처럼 행복에 겨워내는 나의 푸념이
아닌가 한다.
사람이 살아가며 내가 좋다고 좋은 것 두 개를 다 가질 수 있겠는가
자문 아닌 자문을 혼자해보며 씁쓰레 웃고서 문을 열어주는 큰
놈을 향해 오늘 하루도 즐거웠니? 하고 물었다. “응”,아빠 대답을 한다.
다시 말하지만 아무 탈 없이 무처럼 훌쩍 잘 자란 아들에 대해 새삼
고마웠다. 물론 여기에는 패랭이꽃과도 같은 이놈들을 장독이듯 잘
자라게 해준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이놈의 어머니이자 내 아내일
것이라는 것 난들 왜 모른다 하겠는가 貧者에 놀부이듯 아집만 뚤
뚤 뭉친 天下의 이 못난 놈을 가냘프기가 수선화같이 그지없던
아름다웠던 그 모습이 사내라고 좋다며 따라와 천방지축인 망아지
같은 두 놈의 등쌀에 눌리고 아집인 남편에게 채이고 채여 곱기만
하던 그 모습은 찾아보려 해도 찾아 볼 수 없었고 쭉정이 같이
힘없이 내려 앉아 녹슬어 휘어진 대못처럼 굵어진 엉겁의 손가락을
만지며 옛날로 돌아가서 많은 괴로움에 흐느끼고 있을까를 생각
하니 그동안 잘 해 주지 못한 죄책감에 죄인이듯 서글픔이 파도처럼
밀려오지만 무어라 내색을 할 수 없었다는 것 두려움에서다.
이런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라고 말을 해 보려 해보지만 매번 얼굴을
보는 순간 마음먹었던 용기는 없어지고 입을 땔 수가 없었다는 것은
남편으로서 애들 아빠로서 당연히 내가 꿰차야 할 자리를 채어주지
못함에서 오는 죄의식의 발로 일 것이라는 것을 안다.
허나 어떡하랴 입이 떨어지지 않은 이 아픔을 하여 이제라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비록 늦었지만 날 선택해준
인연에 있어 애들의 아빠로서 사랑하는 사람의 반려자로서 내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자 본분이 아니겠는가 하여 노을이 볼볼
불을 지피고 별이 오는 자그만 숲을 가꾸기 위해서는 암적이라 할
수 있는 나의독선을 비워야 한다며 독하게 마음을 먹는다.
해서 먼저 해야 할 일은 서푼도 되지 않은 글쓰기에 매달리는 것부터
자제를 해야 한다. 그것은 내가 하는 일이 우선이기에 그렇다.
오늘 밖에서 진드기마냥 주렁주렁 매달려 떨어지지 않고 붙어 달려온
세상의 겉치레들을 주섬주섬 들 때어 내고 어제와 같이 오늘도 잠을
청하려니 이미 날아 가버린 줄 알았던 바람에게 낮에 몹시 두들겨 맞은
명치끝이 몹시 아파온다 그 무서운 바람이 내게 아직 붙어 바늘이듯
명치끝을 꾹꾹 쑤시는 게 아닌 그놈의 아프기가 번져오는 것이 큰놈의
엉덩이만 하게 퍼져온다 내가 아파 한 것을 눈치를 챘는지 제깟 놈이
아들놈이라고 아빠의 눈치를 살피고선 아빠 어디 편찮으세요! 하며
아빠를 달래려고 옆에 와서 낮에 학교에서 있었던 재미난 얘기들을
해 댄다. 순간 머리에 신열이 돈다. 애비라고 해놓고선 무엇 하나
자식에게 해준 게 없었는데 저 놈이 저러나 허니 애비라는 사람이
자식만도 못하다는 슬픈 생각에 아픈 마음은 온 몸을 더 아프게 한다.
말로 표현한다면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 부딪힌 새가 이렇듯 아플까
라는 생각을 불현 듯 해보면서 자식 놈 보기가 미안해 죽을 똥 살 똥
아픔의 그늘을 없애고자 모나리자의 초승달의 미소를 만들고서 괜찮으니
너도 들어가 어이 자렴 해놓고서는 없는 잠을 자는 척 한다는 게
모름지기 검푸른 망망대해 섬에서 독방의 감옥에 갇혀 있었던 빠삐용의
고통이 이러했을까 성 싶다 오지 않은 잠을 자는 척 거짓으로 눈을 부치는
악몽 같은 이 밤에 많은 생각은 못난 글이지만 글은 써 보고 싶은데
현실은 둥둥 떠가는 잡을 수 없는 저 구름을 따라 가는 내 자신이
한없이 슬퍼 내 자신에게 부지기 묻고픈 저녁이었다,,,,,,
오늘밤 따라 외양간의 저 워낭소리가,,,,,,,,,
☆ 이 글에 부치며,,,,,
언제부턴가 어줍잖은 글에 미친 뒤로 원고지에 파묻히다 보니
본연의 일인 일상의 모든 게 제게서 멀어지는 것을 보았다.
글에 있어 그 끝이 어디인줄 난들 어찌 알겠냐만 미치고 미친
광 끼로 인해 가족을 책임져야 할 가장으로서 아내에게 애들에게
적잖은 심적 고통을 주어 적어 본 노트였다.
문학을 공부한 것도 아닌 필력이라곤 일천하기 그지없는 제가
우연찮은 기회에 가까운 지인의 하나 밖에 없는 어린자식의
아프고 아픈 절명(絶命)으로 인해 안타까움에 글 한 편을 써서
해당단체의 홈에 써 올렸던 사건이 오늘의 날 송두리째 바꾸어
놓아 버릴 줄난들 어찌 알았겠는 가 길 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죽어버린 육칠년의 세월이 말이다.
오늘도 축 주저앉아 버린 그 곱던 수선화의 아내며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보며 울지 않을 수 없어 이 글을 내려놓게 되었다.
저와 같은 사람이 더런 있을 것 같아,,,,,,
★ 영상 : 워낭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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