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스토리

우리들의 아픈 이야기

윤정이아빠 2010. 5. 12. 09:50
                                             우리들의 아픈 이야기

    아빠의 눈물 / 受天 김용오


    하루해가 저문다, 내일에 있어 떠야 할 한 뜸을 뜨지를 못하고
    어제처럼 하루를 또 보낸 것 같다. 오늘도 어제와 똑같은 자리에서
    노을만 한 짐 가득지고 터벅이는 걸음은 현관에 초인종을 누른다.
    아빠야 하는 바리톤의 묵직한 소리가 들려온다. 기가 찰 일이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내놈이라지만 여성스럽기가 그지없는 카운터
    테너의 목소리였는데 몇 밤을 자고나니 시루에 콩나물이듯 훌쩍
    커버린 놈을 보니 젖 냄새가 달아나는 것 같아 순간 아쉬움이 들었지만
    이는 다른 아버지들처럼 행복에 겨워내는 나의 푸념이 아닌가 한다.

    사람이 살아가며 내가 좋다고 좋은 것 두 개를 다 가질 수 있겠는가
    자문 아닌 위안을 혼자 해보며 씁쓰레 웃고서 문을 열어주는 큰
    놈을 향해 하루도 즐거웠니? 하고 물었다. “응”,아빠 대답을 한다.
    다시 말하지만 아무 탈 없이 무처럼 훌쩍 잘 자라 준데 대해 새삼
    고마웠다. 물론 패랭이꽃과도 같은 이놈을 미끄덩한 장독이듯 잘
    자라게 해준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이놈의 어머니이자 내 아내일
    것이라는 것을 난들 왜 모른다 하겠는가 貧者에 놀부이듯 아집만 뚤
    뚤 뭉친 天下의 이 못난 놈을 가냘프기가 수선화같이 그지없던
    아름다웠던 그 모습이 사내라고 좋다며 따라와  천방지축인 망아지
    같은 두 놈을 낳아 등쌀에 눌리고 아집인 남편에 채이고 채여 곱기만
    하던 그 모습은 찾아보려 해도 찾아 볼 수 없었고 쭉정이로
    내려 앉아 녹슬어 휘어진 대못처럼 굵어진 엉겁의 손가락
    을 만지며 옛날로 가 많은 괴로움에 흐느끼고 있을까를 생각
    하니 그동안 잘 해 주지 못한 죄책감은 죄인이듯 서글픔이 파도처럼
    밀려오지만 차마 무어라 내색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은 두려움에서다.

    그런 아내에게 매번 용기를 내어 사랑한다고 말을 해 보려 해보지만
    얼굴을 보는 순간 어찌된 일인지 입을 땔 수가 없었다는 것은
    남편으로서 얘들 아빠로서 당연히 내가 꿰차야 할 자리를 채워주지
    못함에서 오는 죄의식의 발로 일 것이라는 것을 안다.

    허나 어떡하랴 입이 떨어지지 않은 이 아픔을 하여 이제라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비록 늦었지만 날 선택해준
    인연에 있어 애들의 아빠로서 사랑하는 사람의 반려자로서 내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자 본분이 아니겠는가 하여 노을이 볼볼
    불을 지피고 별이 오는 자그만 숲을 가꾸기 위해서는 암적이라 할
    수 있는 나의독선을 비워야 한다며 독하게 다짐을 해본다.

    하여 먼저 해야 할 일은 서푼도 되지 않은 글쓰기에 매달리는
    것부터 자제를 해야 한다. 그것은 내가 하는 일이 우선이기에 그렇다.

    진드기마냥 주렁주렁 매달려 떨어지지 않고 붙어 달려온
    세상의 겉치레들을 주섬주섬 들 때어 내고 어제와 같이 잠을 청하려니
    이미 날아 가버린 줄 알았던 낮에 바람에게 몹시 두들겨 맞은 명치
    끝이 아파온다 그 무서운 바람이 아직도 내게 붙어 바늘로 찌르 듯
    명치끝을 꾹꾹 쑤시는 게 아닌 가 그놈이 얼마나 아프면 그놈의
    아프기가 번져오는 것이 큰놈의 엉덩이만 하게 퍼져온다 이렇게
    내가 아파 한 것을 눈치를 챘는지 제깟놈이 아들놈이라고 아빠의
    눈치를 살피고선 아빠 어디 편찮으세요! 하며 아빠를 달래려고 옆에
    와 학교에서 낮에 있었던 재미난 얘기들을 해 댄다. 순간 머리에
    신열이 돈다. 애비라고 해놓고선 무엇 하나 자식에게 해준 게
    없었는데 저 놈이 저러나 허니 애비라는 사람이 자식만도 못하다는
    슬픈 생각에 아픈 마음은 온 몸을 더 아프게 한다. 말로 표현한다면
    하늘을 나는 새가 비행기에 부딪힌 것이 이렇듯 아플까 라는 생각을 불현
    듯 해보면서 자식 놈 보기가 미안해 이내 죽을 똥 살 똥 아픔의
    그늘을 없애고자 모나리자의 초승달의 미소를 만들고서 괜찮으니 너도
    어이 들어가 자렴 해놓고서는 없는 잠을 자는 척 한다는 게 모름지기
    검푸른 망망대해 독방의 감옥에 갇혀 있었던 빠삐용의 고통이
    이러했을까 싶다. 오지 않은 잠을 자는 척 거짓으로 눈을 부치는
    악몽 같은 이 밤에 많은 생각은 못난 글이지만 글은 써 보고 싶은데
    밥이 되고 돈이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지 않은가 이래도 되는
    건지 부지기 묻고 싶은 밤이었다.

    오늘따라 들려 오는 저 워낭소리가 어머니가 날 부르는 소리인 것 같다.
    얘야~! ,,,


    ☆ 이 글에 부치며,,,,,

    언제부턴가 어줍잖은 글에 미친 뒤로 원고지에 파묻히다 보니 본연의 일인

    일상의 모든 게 제게서 멀어지는 것을 보았다. 글에 있어 그 끝이 어디인줄

    난들 어찌 알겠냐만 미치고 미친 광 끼로 인해 가족을 책임져야 할

    가장으로서 아내에게 애들에게 적잖은 심적 고통을 주어 적어 본 노트였다.

    문학을 공부한 것도 아닌 필력이라곤 일천하기 그지없는 제가 우연찮은

    기회에 가까운 지인의 하나 밖에 없는 어린자식의 아프고 아픈 절명(絶命)으로

    안타까움에 글 한 편을 써서 해당단체의 홈에 써 올렸던 사건이 오늘의 날

    송두리째 바꾸어 놓아 버릴 줄난들 어찌 알았겠는 가 길 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죽어버린 육칠년의 세월이 말이다. 오늘도 주저앉아 버린 그 곱던

    수선화의 아내며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보며 울지 않을 수 없어

    이 글을 내려놓게 되었다. 저와 같은 사람이 분명 있을 것 같아,,,,,,

     

 

      
      
                                                                          옮겨온 글 : 윤정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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