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멀어도 찾아갈 벗이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문득 만나고픔에 기별 없이 찾아가도
가슴을 가득 채우는 정겨움으로 맞이해주고
이런저런 사는 속내를 밤새워 나눌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인생이지 않겠는가
부부간이라도 살다 보면 털어 놓을 수 없는 일이 있고
피를 나눈 형제간이라도 말 못할 형편도 있는데
함께하는 술잔만으로도 속마음이 이미 통하고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마주함에 내 심정을 벌써 아는 벗이 있었으면 좋겠다
좋을 때 성할 때 이런저런 친구 많았어도
힘들고 어려우면 등 돌리고 몰라하는 세상 인심인데
그래도 가슴 한 짐 툭 털어내 놓고 마주하며 세월이 모습을 변하게 할지라도
보고픈 얼굴이 되어 먼 길이지만
찾아갈 벗이라도 있으면 행복하지 않겠는가..( 좋은 글 중에서)
(부부가 함께 보는 글)
세상에 이혼을 생각해보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으랴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못 살 것 같던 날들 흘러가고 고민하던 사랑의 고백과 열정 모두 식어가고
일상의 반복되는 습관에 의해 사랑을 말하면서
근사해 보이는 다른 부부들 보면서 때로는 후회하고 때로는 옛사랑을 생각하면서
관습에 충실한 여자가 현모양처고
돈 많이 벌어오는 남자가 능력 있는 남자라고 누가 정해놓았는지
서로 그 틀에 맞춰지지 않는 상대방을 못 마땅해 하고
자신을 괴로워하면서 그러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귀찮고 번거롭고
어느새 마음도 몸도 늙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아 헤어지자 작정하고
아이들에게 누구하고 살 거냐고 물어보면
열 번 모두 엄마 아빠랑 같이 살겠다는 아이들 때문에 눈물 짓고
비싼 옷 입고 주렁주렁 보석 달고 나타나는 친구
비싼 차와 풍광 좋은 별장 갖고 명함 내미는 친구
까마득한 날 흘러가도 융자받은 돈 갚기 바빠
내 집 마련 멀 것 같고 한숨 푹푹 쉬며 애고 내 팔자야
노래를 불러도 어느 날 몸살감기라도 호되게 걸리면
빗길에 달려가 약 사오는 사람은 그래도 지겨운 아내. 지겨운 남편인 걸..
가난해도 좋으니 저 사람 옆에 살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하루를 살고 헤어져도 저 사람의 배필 되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시든 꽃 한 송이 굳은 케익 한 조각에 대한 추억이 있었기에
첫 아이 낳던 날 함께 흘리던 눈물이 있었기에..
부모 喪 같이 치르고 무덤 속에서도 같이 눕자고 말하던 날들이 있었기에..
헤어짐을 꿈꾸지 않아도
결국 죽음에 의해 헤어질 수밖에 없는 날이 있을 것이기에..
어느 햇살 좋은 날 드문드문 돋기 시작한 하얀 머리카락을 바라보다
다가가 살며시 말하고 싶을 것 같아
그래도 나밖에 없노라고.. 그래도 너밖에 없노라고.. (옮겨온 글)
2012년 6월 24일 (소록도 중앙공원 및 거금대교 밑)윤정이아빠
음 악 : 오빠생각(최순애詩 박태준曲) / 색소폰 연주곡